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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맛바람, 유소년 축구장에도 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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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3,199회 작성일 18-10-15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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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생생뉴스 2006-07-07 10:53]

“현우야, 현우야 슛! 아이고 아까워. 고개 숙이지 말고 다시 뛰어~” “코치님 말씀에 집중해야지!”.
월드컵 열풍이 휩쓸고 간 운동장에 치맛바람이 불고 있다. 골프 여왕 박세리 이후에 불었던 골프붐에 이어 박지성과 이영표를 따라가는 축구붐이 강력하게 일고 있는 것. 지난달 30일 오후 5시 서울 서초동의 한 공원, 아줌마들의 옥타브 높은 외침이 귓전을 때린다. 축구공을 따라 아줌마들의 눈은 빠르게 움직이고, 아들이 결정적인 슛 찬스를 살리지 못하자 아쉬워하는 모습은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저리 가라’였다. 운동장에서 뛰고 있는 30여명의 아이들은 엄마들의 독려에 눈을 질끈 감으며 그라운드를 내달린다. 운동장 한쪽에선 아들에게 패스 연습을 시키고 있는 아버지도 대여섯 명이나 됐다. 여덟 살짜리 아들을 둔 김성준(38) 씨는 “아줌마들, 저렇게 소리만 지르면 뭐 합니까. 나처럼 기본을 튼튼히 가르쳐야죠”라며 아들에게 공을 건넸다.

미국에서 축구장을 따라다니며 아이들 뒷바라지를 하는 엄마를 뜻하는 ‘사커맘’이 한국에도 상륙했다. 아버지들의 열성도 ‘사커맘’에 뒤지지 않아 ‘바짓바람’이라고 부를 만하다고 축구교실 관계자들은 말한다.

박지성이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고 부와 명예를 거머쥐면서 유소년축구교실에 자녀를 등록시켜 축구선수로 키워보려는 부모가 급증하고 있다. 영국 브라질 등 축구 선진국에 유학을 보내려는 움직임도 속속 포착된다. 부모들은 ‘제2의 박지성’을 키워내리라는 속내도 감추지 않는다. 분당에서 매주 아이와 함께 이곳을 찾는다는 최은숙(여ㆍ40) 씨는 “아들을 등록시키려는 엄마들이 많은데 운이 좋아 간신히 등록했다”며 “아이가 이왕이면 박지성 같은 선수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홉 살짜리 아들에게 축구를 가르치고 있다는 최병욱(40) 씨는 “아이가 재미있어 하는 것 같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며 “본인이 원하고 소질이 있다면 선수로 키워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문을 연 홍명보축구교실의 경우 현재 서울 서초분원에만 350명이 가입돼 있고 대기자만 200여명이다. 월드컵 개막 이후엔 문의전화만 하루 30통이 넘는다. 김삼욱 코치는 “기존 회원이 탈퇴해야만 대기자들이 가입할 수 있는데 그런 경우는 극히 드물어 학부모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축구교실에 들어갈 차례를 기다리기에 조바심이 나는 ‘사커맘’ ‘사커파파’는 자녀의 축구유학까지도 결심한다. 현재 회원을 모집 중인 ‘토트넘 축구교실’에는 매일 30여통의 전화가 폭주한다. 3주간 영국 토트넘 현지에서 축구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으로 약 600만원의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들지만 부모들은 돈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그곳에서 소질을 인정받으면 현지 학교에서 수업을 들으면서 선진 축구를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영표 선수가 소속된 축구클럽에서 운영한다는 측면도 부모들에게는 큰 매력이다. 토트넘축구교실 김영진 이사는“축구 아니면 공부 한 가지에만 올인해야 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이 부모들을 외국으로 눈을 돌리게 하는 원인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유소년축구연구소의 안갑수 과장은 “부모들의 욕심으로 축구를 해서는 안 되는 아이들이 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하고 “전문적인 유소년 지도자를 양성해 아이들의 소질을 계발시킬 수 있는 공신력 있는 유소년클럽의 수를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하남현 기자(airinsa@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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