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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발질도 “잘했어” 칭찬에 실력이 쑥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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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3,073회 작성일 18-10-15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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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06-07-28 19:45]

[한겨레] 유소년 축구교실의 슛돌이들
장난치고 넘어지고 깔깔깔…‘호통축구’는 사절


“내가 먼저 할래.”

훌라후프로 만든 장애물을 외발로 넘고 슈팅을 하는 훈련에서 아이들은 서로 먼저 하겠다고 ‘티격태격’ 다툰다. 훈련은 고통스러운 것이라는 선입견은 깨진다. 이 아이들에게 축구는 곧 즐거움이다.

지난 26일 오후 4시, 수원종합운동장에서 ‘홍명보 사커 아카데미’의 수업이 열렸다. 궂은 날씨였으나 6~10살 어린이 30여명이 모였다. 스트레칭을 끝내고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된다. 하지만 아이들이 하는 훈련은 차라리 ‘놀이’에 가깝다. 15명의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면서 다른 사람의 엉덩이를 손으로 치는 훈련을 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상대의 엉덩이를 치기 위해 민첩하게 움직인다. 자연스레 순발력을 기를 수 있는 훈련이다. 점차 굵어지는 빗방울만큼 아이들은 축구의 매력에 흠뻑 젖는다.

축구 교실에 자녀를 보낸 어머니들이 축구장 옆줄을 따라 서 있다. 미국에서는 ‘축구하는 아이들의 엄마’라는 뜻으로 ‘사커 맘’이란 말이 생겨났다. 우리의 ‘사커 맘’들은 왜 자녀에게 축구를 시키는 걸까?

한 어머니는 “친구들과 즐겁게 어울릴 수 있어서 좋고, 잘하면 선수도 시키고 싶어요”라고 말한다. 서울과 수원에서 축구교실을 운영하고 있는 홍명보 사커 아카데미의 박진호 매니저는 “(서울)서초의 경우 주로 공부를 잘하기 위한 체력 보강이 목적이고, 이곳(수원)의 경우에는 간혹 자녀를 축구 선수로 키우고 싶어 하는 분들도 있다”고 말한다.

유소년 축구에는 ‘칭찬’과 ‘자유로움’이 넘친다. 슈팅 연습장에서 아이들은 아직 축구공이 발에 익숙하지 않은 듯, 공은 가까운 거리임에도 골대를 빗겨간다. 그럼에도 코치는 “잘했어, 근데 디딤 발을 공 옆에 더 붙여보자”고 말한다. 아이들의 표정은 사뭇 진지하다.

시간이 지나자 아이들의 슛이 차츰 눈에 띄게 안정되어 간다. “아싸!” 똘망똘망한 인환이는 골 그물 위를 흔드는 멋진 슛을 선보이고 씩 웃는다. “그렇지, 잘했어.” 코치의 칭찬은 계속된다. 미니게임을 할 때 유일한 여자인 시은이의 “패스해, 패스”라는 소리가 씩씩하다. 공을 몰고 ‘역주행’을 하거나 경기장 밖에 나가서 딴 짓을 하는 등 산만한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코치는 별 말이 없다. 얼핏 ‘저렇게 해서 무슨 축구를 배울까’라는 생각이 든다.

차상해 수석 코치는 “무질서해보이지만 6~7살때 축구공과 친해지면 감각이 놀랍게 발전한다”며 “이번 월드컵에서 드러난 우리 선수들의 개인기 부족과 전술 응용 부족은 즐겁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해결된다”고 말한다. 칭찬의 힘으로, 자유로운 기운으로 유소년 축구는 숨을 쉬고 있었다.

“차렷. 경례. 수고하셨습니다.” 코치에게 이 날의 최우수선수(?)로 뽑힌 서균이가 인사를 선창하면서 이 날의 훈련은 모두 끝이 났다.


글 수원/오수재 인턴기자(성균관대 경영3)
사진 윤종규 인턴기자(중앙대 사진 4)






“아이들은 스펀지, 쭉쭉 빨아들여요”
축구교실 1년째 맞는 홍명보 코치


홍명보 대표팀 코치는 국가대표팀간 경기(A매치) 최다 출전 기록(135회)을 가지고 있는 명 국가대표 출신이다. 하지만 아이들과 공을 찰 때가 가장 행복하단다.


지금의 어린이들은 홍 코치의 어린 시절과 비교하면 행운의 세대다. 홍 코치는 “엘리트 축구가 아니라 여가활동처럼 즐기면서 축구를 할 수 있도록 한다”며 “기본기 위주로 가르친다”고 말했다. 코치 선생님의 호통 속에서 겁을 먹고 공을 찼던 예전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

홍 코치는 “아이들은 뭐든지 스펀지처럼 잘 받아들인다”며 “경기를 운영하거나 공을 다루는 기술이 하루하루 달라질 때마다 뿌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현실에서는 지역적으로 자꾸 유소년 클럽이 많이 생겨, 그 지역에서 경기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홍 코치는 축구교실을 운영한 지 1년째다. 두려움도 많았지만, 틈틈이 그동안의 장단점을 분석해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하는 구상도 마쳤다. 물론 핵심은 즐거운 축구다. “아이들이 축구를 즐기고, 공부도 열심히 하는 모습 상상해보세요. 세상이 환해지는 것 같지 않습니까?”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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